※ 시점은 나가쿠라 신파치 혈혼록 엔딩.
※ 말도 안 되는 시리어스입니다. 아마 순간의 인상을 가지고 쓴 글이기에 더 그럴 거 같습니다.
※ 무진장 짧아요! 그래여 능력밖이라 어쩔 수 없네요ㅠㅠ
※ 원작파괴 주의. 들은 지 꽤나 오래되었기에 그 당시 기억나는 인상대로222 썼습니다. 오랜만에 전력이라 급하게 써서 비문도 아주우 많습니다.
※ 당근 엔딩을 기반으로 쓴 글입니다. 네타가 있으니, 반드시 본편을 모두 듣고 읽어주세요.
신선조혈혼록 물망초 제6권 나가쿠라 신파치 [新撰組血魂録 勿忘草 第六巻 永倉新八]
겨울 비
***
쏴아아아―
비 오는 겨울 밤
밤비가 퍼붓듯이 내린다. 잠들기 전에도 나름 내리던 빗줄기는 어째 잦아들 줄을 모르고 간 그 사이 기세를 뻗친 거 같다. 낯선 겨울비. 그 빗소리가 유달리도 귀에 박힌다. 혹여나 장지문이 젖을까 덧문으로 겹겹이 닫아놨건만 그 덧문조차 내리치는 그 빗소리.
무의식적으로 눈이 떠졌다. 사실 그렇게 깊이 잠들었던 것도 아니다. 이불을 걷어내고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긴긴 밤을 잠을 설치다 일어날 걸 빗소리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 없다. 구태여 빗소리 때문이라고 변명하면 무엇하겠는가, 싱거운 거짓말인 걸. 솔직하게 말해서, 그래, '그 몇 달간의 버릇' 이 남아 버려서이다. 응, 그래, 시간은 언제나 그렇듯 익숙한 그 새벽녘일 것이다. 해가 뜨기에는 아직 한참 남았지만, 다시 잠들어버리기에는 한참이고 뒤척일 수 밖에 없는 그 시간. 이젠 익숙하다.
나카쿠라상
그래, 이건 네가 남겨둔 이 작은 버릇이 아직도 떨어지지를 않아서.
그래서
나는
***
무심코 이 낯선 비가 보고 싶어졌다.
빗줄기가 주룩주룩 내리는 게 너무나도.
꼭꼭 닫았던 덧문도, 장지문도 열어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 문을 여니 비와 함께 섞여 들어오는 바깥공기가 꽤나 차다. 금방이라도 이 사나운 비가 진탕섞인 진눈깨비로 바뀔 거 같다. 시커멓고 어두컴컴한, 아니 검다 못해 푸르스름한 빛을 보이는 안뜰의 경치는 삭막하기 짝이 없다. 분명 한 때는 그렇게나 따뜻하고 발랄한 곳이였는데, 고독하고 텅 빈 느낌. 나는 마루에 걸터 앉아 비가 내리는 새벽녘 한 때를 찬찬히 지켜보았다. 천천히 빗물이 떨어지는 곳들을, 한 곳씩. 고개를 눈동자를 느릿하게 움직이고 있는 나는 분명 사노가 얘기했던 그 꼴사나운 텅 빈 눈빛을 띄고있으리라. 맨 먼저 처마 밑으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보인다. 낙숫물들이 모여 댓돌을 판 자국. 마지막까지 작기만 했던 네가 떠올랐다. 이런 안 돼. 떨치듯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허옇게 드러난 뜰바닥에 고인 빗물이 웅덩이가 되어 곳곳에 파여있다. 마치 누군가의 발자국처럼. 조금 더 먼 곳에 시선을 던지니 겨울나무 가지들이 한창 비를 맞고 있다. 가지가 부러질 것만 같은데. 네가 심었던 그 때 그 꽃나무도 그 가여운 가지들만을 남기고 빗방울을 맞으며 푸르르 떨리고 있다.
"나가쿠라상, 이 나무는 무슨 꽃이 필까요?"
모르겠어. 네가 사라진 이후로 이 나무는 돌보지 않았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나도 끝까지 네 곁에 있게 해 줘서 정말 고마워. 하지만
네 말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린다. 뚜벅뚜벅 조용히 그리고 잔인하게.
기억속에 남은 그리운 것은, 보고싶은 것은, 생각이 나는 것은 생각 나는 대로 내버려 두어야 된다. 그리고 그대로 흘려야 하는 거다.
내 맘의 고독이 꿈틀거리며 목을 조르기 전에
하지만
몇 번이고 지나간 시간들이 가슴에 사무쳐서
그게 참을 수 없이 괴로운 거다.
몇 번을 지우다가 잊다가 다시 또, 또, 또 그리고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그리고 또, 다시, 또 나는. 그래 나는
나는 네가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