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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想望三國志

자급자족 - 상망삼국지 제 5계 하후돈[想望三國志 第伍計 夏侯惇]

상망삼국지 제 5계 하후돈[想望三國志 第伍計 夏侯惇] 


※ 하후돈 생일이 언제인지 몰라서 ㅇ)-( 제멋대로 아무 꽃이나 집어들고 왔습니다.

※ 제 안에서 하후돈의 짝사랑이란.... 음.... 어 뭐였을까요. 무심코 알아채지 못하는 느낌이라고 생각해서. 알듯말듯한. 

※ 하나하키병이 생각보다 유쾌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퐁, 퐁 하고 절대 애절하거나 그런 뭔가가 아닙니다.... :) 

※ 역사적 고증과 날씨나 날짜나 그런 거 없습니다. 저는 급하기 떄문입니다.  전력이라 급하게 써서 비문도 아주우 많습니다.
※ 정말 굉장한 네타가 있으니, 반드시 본편을 모두 듣고 읽어주세요. 시점은 마지막 트랙에서 10분 정도 더 진행된 후의 후일담(...) 같은 느낌.

자급자족


***


그건 눈을 잃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의 일이다.


그 날 나는 조조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눴다. 그와 나 사이에 변하는 것은, 맹세했던 것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고 밤.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후련해져서 나는 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볍게 숨을 몰아쉬었다. 이것도 역시 그 여자가 해준 말 덕분인..ㄱ


"켁! 켁 콜록콜록!"

뜬금없이 입밖으로 기침이 새어나왔다. 어느 순간 입속에서 무언가가 툭 하고 떨어져 나왔다. 손바닥을 펼쳐보니 그건 한 송이의 진달래꽃.
이전번에 그 여자와 다녔었을 때, 꽃의 꿀을 맛보는 것 정도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꽃송이를 통째로 으적으적 씹어먹을 만큼 꽃을 좋아하게 되진 않았다고. 이게 무슨 일이지?  내가 오늘 꽃이 들어가는 뭔가를 잘못 집어 먹은 걸까? 그래서 사레가 들린것이 지금 나와.... 아니 그럴리는 절대 없어.


무심코 오늘 하루 먹었던 것들을 천천히 되집어본다.  대체 오늘 뭘 먹었지? 아침은 생각이 없어서 들지도 않았고, 점심은 고기를 조금. 저녁도 딱히 풀때기 한 술도 들지 않았다고 맞아! 아까전에 조조랑 이야기 하면서 한 잔..... 그렇지만 그 때 술도 꽃을 넣어 빚은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 밖에 또 먹은 것이라곤... 그 여자가 가져다 준 고기만두가 있었지. 그거 꽤나 맛있었는데...


"푸엣취!  콜록콜록!"


으엑, 뭐야 또 튀어나왔잖아?


***



결국 이 가득히 쌓인 꽃들이 어째서 생겨나는지 정체를 밝히지 못하고 날이 하얗게 새고야 말았다.


'이건, 대체, 어디서, 어째서, 왜! 계속해서 나오는거냔 말이다... 젠장'


지난 간밤내내 간헐적으로 기침을 했다. 그 때마다 손바닥 사이로 흘겨 내려가는 진달래 꽃 몇 송이와 꽃잎.나도 모르는 옛날옛적에 내가 꽃을 어디선가에서 많이 집어먹었던 걸까? 설마 지난 여행동안 빨아 마셨던 꽃꿀이 기침을 하면 꽃을 뱉는 병에 걸리게 하는 것일까? 아니, 그럴리가 없지. 그럴 거라면 벌써 진작부터 이 징글징글한 진달래를 내뱉었어야 했다고. 여하튼간에 일단 이 엄청난 꽃송이들부터 어떻게든 처리해야한다. 군을 이끄는 대장군이 이렇게 꽃을 한가득 방안에 모아놓았다는 소문이 어디 퍼지기라도 해봐. 내가 군으로 복귀할 때의 체면을 물론이고 지금 조조의 체면도 구겨지게 된다. 어떻게 해야 깔끔하게 없애버리지? 다 찢어 버릴까?  뒷마당에서 태워버리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인 걸까?


똑똑똑


한창 꽃을 어떻게 처리하냐로 머릿속이 바쁜데, 갑작스런 노크소리에 순간적으로 급히 시선을 방문쪽으로 돌렸다. 목소리가 저절로 올라간다


"누구야!"

"하후돈님, 들어가겠습니다."


뭐라고? 벌써 그녀가 올 시간이 된 거야?


"콜록, 콜록!, 으...어어."

'?!'

"무슨 일이신가요? 하후돈님.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지으시고....?!"


입가를 급히 정리해 '이것'을 뱉었다는 것을 숨겼다. 


"실례하겠습니다. 청소를 할 시간이라.... 아니,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것인가요? 하후돈님. 이 많은 진달래꽃은 어디서 이렇게도 많이..... "

"어, 그게... 어.."


말이 꼬인다. 이걸 하필이면 그녀한태 들키다니. 창피해서 죽을 거 같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빠져 나가야....


"설마, 여행 도중에 먹었던 꽃꿀이 입맛에 맞으셨던건가요?"

"아니, 어... 그게... 그래, 맞아! 이게 의외로 입맛에 맞아서 말이야!"


이게 그렇게 나쁘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음식 수준까지 좋아지게 된 건 아니라고!

하지만 일단은 이 상황을 벗어나야 하니까.



"항상 고기반찬만 고집하시다가, 의외시네요. 하지만 꽃이 없는 성내에서 이렇게나 꽃을 많이 꺾으시면...."

"어...그게...어, 어떻게 어... 음 생기더라고, 맘에 들면 너도 조금 가져가지 그래. 나눠줄께"


그래, 그녀에게 떠넘기자. 일단 여자가 꽃을 가지고 있다는 게 나보단 낫겠지


"예? 제게요?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만"

"자 어서 가져가, 여기 많이 있으니. 사양하지 말고"
"? ,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녀에게 진달래꽃을 넘겨주었다. 가녀린 그녀의 양 팔에 가득히 차는 분홍빛, 진홍빛.

그리고 갑자기 나긋나긋하고 달콤한 향기가 확 퍼진다.


"와아. 싱싱하고 향긋하네요, 못 참겠다. 조금만 맛볼까나...."


'!'


"하후돈님, 제가 이 진달래 조금만 맛 봐도 괜찮을까요"

"ㅁ..마음대로 해! 이젠 내 것이 아니라 니 꺼니까."


그럼 조금만, 하면서 그녀가 진달래 꽃을 입에 문다. 잔잔하고 부드러운 미소가 눈가와 입가에 가득찬다. 달다, 하는 감탄사에 나는 또 무심코


"콜록!"


또 기침을 해 버리고 만 것이다.


***

한 시간안에 글을 쓰는 사람이란 정말 말도 안 되는 존잘이로군요.... 하후돈 성격붕괴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는 제 안의 하후돈은 그냥 빙구바보인 듯